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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현금 좋아하는 민족

한국에서 5만원짜리 지폐가 나왔다. 1973년 1만원권이 발행된 이래 꼭 36년만에 최고액권이 바뀐 것이다. 지폐 속 인물은 신사임당. 5천원권에 나오는 이율곡의 어머니다. 그런데 5만원권 유통에 따른 예상 부작용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먼저 축의금과 세뱃돈의 인플레다. 3만원 정도였던 최소 단위가 앞으로는 5만원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뇌물이나 뒷돈 거래의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사과상자 하나를 1만원권으로 채울 때 5억원 007가방은 1억원이 들어가던 것이 앞으로는 5배 씩은 더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습고도 씁쓸한 얘기다. 미국의 최고액권은 100달러 지폐다. 모델은 벤자민 프랭클린. 정치가.외교관.과학자.사상가로 건국의 기틀을 다진 위인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그를 볼 일은 별로 많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그 정도 단위의 지폐를 가지고 다닐 일이 많진 않기 때문이다. 9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의아했던 것 중의 하나도 100불짜리 고액권은 받지 않는다고 써 붙인 가게를 봤을 때다. 미국인들은 수표나 크레딧 카드를 열심히 사용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20~30달러도 수표로 계산하는 사람들 맥도널드에서 10불도 못 되는 햄버거와 커피를 사고도 당당하게 카드를 내미는 이들은 지금도 자주 본다. 그렇지만 한인들은 다른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제일'이라는 우스개 말처럼 현금 집착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민족이다. 돈은 세는 맛이요 뿌리는 맛이라고 했던가. 급여도 현금을 선호하고 물건값 내는 것도 현금을 더 좋아한다. 단지 세금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간편하고 뒷 탈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현금 거래에 익숙한 자영업자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당장 업소들부터 현금 손님을 더 반긴다. 값도 깎아 주고 서비스도 다르다. 하지만 현금 선호가 지나쳐 아예 카드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한인 타운에서 현금 없이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살 때는 카드 되느냐고 먼저 물어봐야 한다. 괜히 나중에 결제를 못해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서다. 타민족에게도 한인들은 현금 소지가 많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곧 잘 범죄의 표적이 되곤 하는 까닭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업 좀 한다는 사람이면 집에 현금 보관 금고 하나쯤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듣는 얘기다. 수백 수천불 대금도 척척 현금으로 지불하는 이도 한인들이란다. 그렇다고 현금 많이 가진 사람을 색안경 끼고 보자는 말은 아니다. 검은 돈. 구린 돈만 아니라면 카드를 쓰든 현금을 쓰든 상관할 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돈 가진 것을 죄요 악이라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개 경제적 무능력자이거나 시대착오적인 계급론에 빠져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고전 회남자(淮南子)엔 이런 구절이 있다. "도둑질로 잘 사는 사람도 있으나 잘사는 사람이라고 모두 도둑질한 것은 아니다. 또한 청렴해서 가난한 사람도 있으나 가난한 사람이 다 청렴한 것은 아니다." 불황의 골이 깊다. 이럴 땐 소비가 미덕이다. 돈이 돌아야 한다. 카드면 어떻고 현금이면 또 어떠랴. 꽉 막힌 '돈맥경화'를 조금씩이라도 뚫어 준다면 그것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지갑을 더 크게 여는 사람이 애국자다.

2009-06-24

한국 '큰 돈 시대' 5만원권 나왔다

한국이 23일 오전 9시 (LA시간 22일 오후 5시) '통화혁명'을 이뤘다. 한국 화폐 중 가장 고액인 5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유통된 것. 1973년 1만원권이 나온 이후 36년 만의 대변화다. 5만원권이 나오면서 일반인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지갑의 무게다. 1만원짜리 20장만 넣어도 지갑이 불룩해졌는데 이젠 5만원권 4장으로 해결된다. 돈의 가치도 가벼워진다. 경조사비의 경우 '기본 3만원'이 퇴출되고 5만원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4만원대 음식 메뉴는 자연스럽게 5만원에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대환영이다. 소비가 늘고 현금결제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벌써부터 '5만원 판촉 세일'이 유행하고 있다. 반면 검찰과 경찰은 고민이다. 1억원을 뇌물로 건네려면 '007가방'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간단한 손가방이면 충분하다. 국세청은 현금사용이 늘면서 세수파악률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미주 한인은… 미주 한인은 한국 입국시 환전할 때 300달러만 바꿔도 남성용 지갑의 경우, 접기조차 힘들었지만 이젠 지갑 휴대가 간편해 진다. 특히 휴대성 때문에 200~300달러를 환전하고 다 쓴 뒤 다시 환전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진다. 씀씀이는 커질 수 있다. 일단 많은 액수를 환전할 수 있고, 무엇보다 1만원권을 많이 쓸 때와 5만원권 몇 장을 낼 때 ‘소비욕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액면가를 떠나 지폐를 많이 낼 때는 돈을 펑펑 쓰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동료들과 저녁회식을 하고 계산이 20만원이 나왔을때 1만원권 20장을 내면 돈을 많이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5만원권 4장을 내면 돈을 덜 쓴 것처럼 여겨진다. 많은 한인들은 한국 체류시, 20만원 가격표를 보고 지갑에서 1만원권 20장을 선뜻 내기가 어려워 물건 구입을 자제했던 경험이 있다. 5만원권 4장이라면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20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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